
걷기가 좋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주 하는 사람은 의외로 별로 없다.
나만 해도 그랬다.
꽤나 움직이는 것을 좋아함에도 조금만 걸으면 무릎이 아팠고
회사는 나에게 일 외의 시간이 없기를 선호했으며
한번 나가려고 할 때면 우울감이 나를 막았고
피곤함과 스트레스에 술 한 잔과 잠을 선택하는 때가 더 많았다.
재작년 몸이 많이 아팠다.
현대인이 거진 그렇겠지만 스트레스와 과다업무로 시작된 통증은
몸의 살을 불려가고
마음의 부정을 늘려가고
이유도 없는 이상 증상과 통증도 더해갔다.
점점 나빠지는 몸에 참으려고 했던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결심했을 때
만났던 한 친구가 식사 후 집 앞 공원 산책을 권했다.
1.5km 정도되는 공원 2바퀴.
겨우 그게 그렇게 힘들더라.
그런데도 뭔가 걷는 게 신이 났다.
내가 평소에 걷지 않는 속도와 (친구는 나에게 맞춰 늦춰주었지만 그래도 나에겐 꽤 빠른 걸음이었다)
평소에는 보지 못하던 햇살과 약간의 땀과
걸을 땐 이런 자세가 좋다거나 지금 힘든 것 같으니 잠깐 앉았다 가자고 케어해주는 친구가
퇴사로 인해 더한 괴롭힘으로 지쳐가던 나에게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약속이나 고용센터 같은 곳을 방문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걸어가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게 다니니 거리와 속도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더라 ㅎㅎ
6km 거리면 내가 시속 5km로 걸으니 1시간 15분정도가 걸리겠구나~
그럼 중간에 조금 달려야겠다 뭐 그렇게 계산을 하는 희한한 버릇도 생겼다.
저녁에 우울함이 들면 이어폰과 카드만 챙겨들고 나갔다.
나는 운동처럼 작은 공원을 뱅뱅 도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목적지를 정해 길을 걷는 방식을 썼다.
오늘은 다이소까지 가야지, 오늘은 한강에 있는 편의점까지 가서 유자차 하나만 마시고 와야지 하는 식으로..
하지만 그건 우울감이 심하면 나가는 게 힘들어진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럴 때 도움이 됐던 것이 토스 만보기였다.
(지금은 시스템이 바뀌어 쓸 수 없는 방법이어서 너무 안타깝다.)
우리 동네는 조금 번화가와는 거리가 있어 토스의 포인트가 하나하나 거리가 좀 있었다.
그걸 5개까지 찍을 수 있으니 5개까지 이리저리 여러 가지로 루트를 만들어 항상 다른 길을 걸었다.
멀리 있는 루트를 만들었을때는 5개를 찍기 위해 7~8km를 걸은 적도 있었다.
그동안의 나는 지독한 방향치에 길치였는데
(낫놓고 ㄱ 자를 모르듯이 지도를 키고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한 번도 제대로 맞춘 적이 없었다.
나중에 지도에서 방향을 알려주는 기능이 생기고 나서 핸드폰을 가지고 한 바퀴 돈 후에 내 방향을 찾아가고 그랬다 ㅎㅎ)
그런데 그렇게 포인트 하나에서 다음 포인트로 만 가는 것을 보며
온 동네 골목이란 골목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나는 길치가 아니더라/
밥 먹으러 옆 동네
또 그 옆 동네
아는 거리가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니 건강검진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했던 담석증과 식도염 외에는 약간 정상의 범주에 들게 되었다.
1년이 지날 즈음에는 회사에서 불어났던 16kg의 살도 사라졌다.
이제 걷기는 내 생활에서, 인생에서 떼어내고 싶지 않은 활동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고도
함께 걷는 친구가 없을 때면
루트가 정해지지 않을 때면
일을 시작해 시간이 줄어들면
계속 걷기 시간이 줄어들고 나가기 힘들어졌다.
그런 나에게
그리고 망설이는 너에게
다시 한번 나갈 마음을 먹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이 블로그는 그렇게 한번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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